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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은 문을 지나 10월의 한기 속으로 빠져나왔다. 이슬비는 어느새 그치고 별까지 몇 개 보였다. 스위스 근위병 사이를 통과하자 온갖 다채로운 조명이 운구를 맞이했다. 구급차 경광등, 사진사들의 백색 스트로보 효과, TV 촬영팀의 노란색 섬광, 그리고 그 너머,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거대한 윤곽이 어둠을 비집고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운구가 구급자에 도착할 때쯤 로멜리는 작금의 세계 교회를 그려 보았다. 교황 성하와 25억의 영혼들. 마닐라와 상파울루 슬럼에서 TV 주변에 모여든 빈민들, 도쿄와 상하이의 휴대폰에 빠진 출근 인파, 보스턴과 뉴욕 술집에서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온 속보에…….
가라, 그리하여 온 세상을 제자로 만들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