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삼 2025-04-02 08:05
랑과 나의 사막
여정 끝에서 발견하는 진실!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오래전 만들어졌으나 기능을 잃은 채 사막에 파묻혀 있던 로봇 ‘고고’는 어느 날 소년 ‘랑’에 의해 발견된다. 랑은 엄마 ‘조’와 함께 고고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그렇게 사막 한가운데서 랑과 조와 고고의 동거가 시작된다. 유한한 삶을 사는 조는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하고, 랑마저 고고의 곁을 떠난다. 고고와 함께 랑의 시체를 함께 묻어준 랑의 친구 지카는 고고에게 함께 바다로 가자고 제안하지만 고고는 이를 거절하고 더 깊은 사막 한가운데로 홀로 떠난다. 


태어나기 이전의 모든 기억이 삭제된 고고는 문득문득 자신의 과거가 궁금하지만 혹여나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고고는 홀로 떠난 길에서 인간과 로봇, 외계인을 차례로 만나며 동행을 제안 받지만 거절한 채, 랑에게서 받은 것들을 성실히 복습하고 실행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랑을 애도한다. 그 가운데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알 수 없는 기억들이 회로 오작동에 의한 것이라 여겼지만, 고고는 그것이 무엇인지 곧 깨닫고 묵묵히 가고자 하는 곳으로 걸어간다.  

단삼 2025-04-21 14:39
P 16

불현듯 재생되는 것은 마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리움 같아서 나는 그것을 흉내 내고 싶다. 감정을 훔칠 수 없으니 베끼는 것이다.
단삼 2025-04-21 14:47
P 19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사막은 단숨에 그림이 돼.'
단삼 2025-04-22 12:47
P 38

"인간은 헛된 희망을 품는군."
"완벽한 희망을 품어야 하나?"
"……."
"그게 말이 되는 문장이기는 하고?"
단삼 2025-04-28 14:10
P 45

"너는 어떤 과거로 가려고 했지?"
단 한 번에 애처로워질 수 있는 저 눈은 인간의 무기다.
"나무를 보고 싶었어."
나는 영원히 할 수 없을.
단삼 2025-04-28 14:11
지카가 마지막 말을 건네고 떠난다.
"잘 가, 고고."
해가 뜨는 방향으로.
잘 가, 지카.
단삼 2025-04-28 14:18
P 84

얼마 걷지 않았는데 하늘이 어두워진다. 잠을 잘 필요도, 짐승이나 벌레로부터 나를 보호할 필요도 없지만 나는 멈춘 자리에 앉아 두 다리릉 팔로 끌어안고 하늘을 본다. 해가 진 어스레한 하늘은 랑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으나 태양의 옷깃마저 놓쳐 파랗던 오후의 잔재만 간직하고 있는 하늘을 계속 응시하고 있다 보면 차츰 어둠의 단계가 짙어지고 어느 순간 숨어 있던 별이 뽁, 하고 튀어 오르듯 혹은 종이를 뚫고 튕겨 나오듯 나타나는데 랑은 그 순간을 목격하는 걸 즐겼다.